Droowa

"몽실아, 도망가랬잖아"…불탄 가족 안고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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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5.04.10 추천 0 조회수 100 댓글 0


넉넉한 집에 크게 '몽실이'라 쓰여 있었다. 거기가 수년 동안 하얀 개 몽실이가 두 가족, 할머니.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낸 곳이었다. 몽실이는 오직 여기밖에 알지 못했다. 그게 가장 좋은 삶이었을 거였다.

별안간 경북 지역에 큰불이 났다. '몽실이네 집'이 있는 안동까지 삽시간에 번져 왔다.

빠르고 무서운 불은 자비가 없었다. 그 집에서 이뤄낸 행복과 즐거움, 아늑함과 평온함, 작은 추억이 깃든 물건 같은 것들. 그런 건 다 삼켜도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그리고 가장 귀한 숨. 숨이 붙어 있는 모든 존재. 그마저 기막히게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마지막 촌음을 다투게 됐다. 모두 대피해야 한다고 했다. 거기 있다간 다 죽을 거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재빠르게 몽실이네 집으로 다가갔다. 묶여 있던 쇠줄을 끌러주었다. 영문 모를 몽실이는 그저 반기기만 했다. 다급한 외침이 이어졌다.

"도망쳐, 몽실아. 어디든 가. 여길 떠나야 해. 안 그럼 죽어."


그렇게라도, 제발 어디든 가서라도 살길 바랐을 거였다. 최대한 멀리 가길 바랐을 거였다. 오래 정들었으나 이내 까맣게 될 이 집으로부터.

'몽실이'라 쓰여 있는 그 집에 그대로 있었다


그리 도망가라 했건만, 평생을 여기서 산 몽실이는 집을 떠나지 못했다./사진=도로시지켜줄개(@everlove8282)

화마가 사그라들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집에 들어섰을 때.

까맣게 탄 '몽실이네 집'에, 몽실이가 그대로 있는 걸 보고 노부부는 억장이 무너졌다.

수백 미터든, 수 킬로미터든, 멀리 떠나서 살라고 그리 풀어줬건만, 몽실이는 그 집에서 단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단 한 발짝도.

몽실이네 집은 몽땅 불타버렸다. 몽실이가 안식을 취하던 그 작은 집까지도. 온몸이 불타버렸다. 발바닥, 엉덩이, 하반신 쪽이 특히 심했다. 얼굴까지 잔뜩 그을렸다.

엉덩이와 다리쪽에 심한 화상을 입은 몽실이 모습./사진=도로시지켜줄개(@everlove8282)

가라고 했는데 왜 안 갔어. 왜 피하지 않았어, 바보같이. 몽실이네 가족은 몽실이를 안고 꺽꺽 울었다.

몽실이는 너무 많이 다친 상태였다. 그대로 두면 죽을 거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대피소에서 지내야 했다. 대피소엔 '몽실이'가 들어갈 수 없었다. 동물이 아니라 가족인데, 그래도 안 된다고 했다. 병원에도 한 번 다녀왔으나 계속 돌볼 순 없게 됐다.

"몽실이 좀 살려주세요"…구조해 치료해준 이들

이효정 도로시지켜줄개 대표가 몽실이를 구조하러 갔다. 집 앞에서 녀석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도로시지켜줄개(@everlove8282)

불길에 놀라 안동을 찾은, 몽실이 형아가 구조 요청을 했다. 동물 구조 단체 '도로시지켜줄개'가 돕기로 했다. 이들은 불길에 휩싸인 지역마다 돌아다니며, 차마 피하지 못한 동물들을 찾고 구하고 있었다.

이효정 도로시지켜줄개 대표는 몽실이를 구하기로 맘 먹었다. 화재로 모두 불타버린 집 앞에 갔을 때, 가족 모두가 나와 울며 간절히 부탁했다.

"몽실이 좀 살려주세요. 우리 몽실이 좀 제발 살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몽실이 가족들과 이야길 나누는 이효정 도로시지켜줄개 대표./사진=도로시지켜줄개(@everlove8282)

치료받기 위해 잠시 작별해야 할 시간. 서울로 갈 차 앞이 울음바다가 됐다.

살아온 세상이 다 무너진 이들이 있었다. 그 중심에 놓여 까맣게 타들어 가던 생이 있었다. 이를 어떻게든 살리려는 마음이 있었고, 거기에 공명하는 다른 마음이 다행히 또 있었다. 입원할 곳 있냐는 물음에 그날 바로 가능하다던 좋은 동물병원도 있었다.

세상엔 말문이 막히는 재난만 있진 않았다. 몽실이가 그날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살거라, 살아야 한다, 네겐 돌아갈 가족이 있으니까. 먼 길을 가는 내내 진동하는 차 안에서, 도로시지켜줄개 활동가들은 그리 같은 마음이었다.

살이 돋았다, 털도 날 거고…잘 버티고 있어요

품에 안겨 있는 몽실이. 얼마나 아프고 고단했을지. 살아 있는 게 기적이라고 했다./사진=도로시지켜줄개(@everlove8282)

얼마나 아팠을까. SNC동물메디컬센터에 도착해 털을 깎고 치료에 들어갔다. 감춰져 있던 것까지 다 드러났다. 상태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했다.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흡사 얼굴을 잃은 것 같았다. 화상 입지 않은 곳을 찾기가 더 힘들었다.

입원한 지 일주일이 흘렀다. 몽실이는 고통스러운 치료를 잘 견디고 있다. 여전히, 앉지도 못하고, 내내 서 있을만큼 아파하고 있지만. 시뻘겋던 상처가 가라앉고 살이 조금씩 돋고 있다.

몽실이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보여주는 최중연 SNC동물메디컬센터 원장./사진=남형도 기자

최중연 SNC동물메티컬센터 원장에게 몽실이의 상태를 물었다. 그는 경북 산불 때 몇 번이나 현장에 내려가 진료하기도 했다. 구조한 아이들 몇몇은 아예 치료비도 안 받는다고. 좋은 마음을 가진 이들을 위해 기록해둔다.

"엄청 심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다행인 건, 이렇게 되면 패혈증까지 진행되기도 하는데요. 다행히 잘 견뎌주고 항생 치료에 대한 반응도 좋아요. 생각보다 면역력이 나쁘지 않아요. 보호자 분들이 잘 키워주셔서요."

화상 입은 상처가 여전히 아파서, 편히 앉지도 못하고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애달팠다./사진=괜찮을 거라고, 몽실이를 꼭 안아주고 싶었던 남형도 기자

구조해 데려온 이효정 대표와, 치료 중인 최중연 원장과, 알리려는 나까지. 몽실이 앞에서 모두 같은 맘이었다. 몽실이가 다시 잘 살아가기를. 이 대표가 화상을 입기 전 몽실이 사진을 꺼냈다. 하얀 털이 반지르르, 멋지게 날리던 모습.

"이게 원래 모습이에요, 원장님. 다시 이렇게 만들어 주셔야 하는데요!(옅은 웃음)"(이효정 대표)

"(미소 지으며)어떡하지, 최대한 해보겠습니다."(최중연 원장)



몽실이가 함께 갈 '대피소'가 없었다는 것

몽실이를 보드랍게 쓰다듬어주던, SNC동물메디컬센터 선생님./사진=남형도 기자
.......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5178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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